2년 계약이 끝날 때가 됐는데 집주인도 나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대로 2년이 더 갔다. 이때 많이 하는 오해가 “계약갱신요구권을 이미 썼다”는 것이다.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묵시적으로 갱신된 경우를 갱신요구권 행사로 보지 않는다. 쓰지 않은 1회가 그대로 남아 있다.
반대 방향의 오해도 있다. 갱신요구권으로 2년을 늘렸으니 2년을 꽉 채워야 한다는 것. 이것도 아니다. 갱신된 임대차는 임차인이 언제든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긴다.
이 글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제6조의2·제6조의3·제7조 현행 조문과 국토교통부·법무부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집」 해석, 대법원 2022다279795 판결을 기준으로 정리했다. 2026년 9월 21일 기준이다.
갱신에는 세 갈래가 있다
이름이 비슷해 섞이기 쉽지만 근거 조문이 각각 다르고, 그래서 결과도 다르다.
합의 갱신(재계약)
묵시적 갱신
계약갱신요구권
근거
당사자 합의
제6조
제6조의3
생기는 방식
새로 계약서를 쓴다
기한까지 아무도 통지하지 않으면 저절로
임차인이 말해야 생긴다
횟수
제한 없음
제한 없음
1회
기간
합의한 기간
2년으로 본다
2년으로 본다
차임 인상
합의로 정한다
전 임대차와 동일 조건
제7조 범위(20분의 1)에서 증감
중도 해지
계약 내용에 따른다
임차인이 언제든 → 3개월
임차인이 언제든 → 3개월
갱신요구권을 아껴 두는 쪽이 유리한 경우가 있다.
묵시적 갱신은 횟수 제한이 없고 조건도 그대로다. 그 사이 갱신요구권 1회는 쓰지 않은 채 남는다. 정말 필요할 때 — 집주인이 나가라고 할 때 — 꺼낼 카드가 하나 더 있는 셈이다.
묵시적 갱신 — 아무도 말하지 않으면 생긴다
제6조 제1항은 이렇게 정한다.
제6조 제1항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임차인에게 갱신거절의 통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아니하면 갱신하지 아니한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끝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
양쪽의 기한이 다르다는 점이 중요하다.
임대인은 끝나기 6개월 전 ~ 2개월 전 사이에 말해야 한다. 너무 일찍 말해도 이 조항의 통지가 되지 않는다
임차인은 끝나기 2개월 전까지만 말하면 된다. 시작점 제한이 없다
기한이 지나면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보고, 존속기간은 2년으로 본다(제6조 제2항). 보증금도 월세도 그대로다.
예외 — 묵시적 갱신이 안 되는 임차인
제6조 제3항은 2기의 차임액에 달하도록 연체했거나 그 밖에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임차인에게는 제1항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이 경우에는 가만히 있어도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되지 않는다.
기한을 날짜로 옮기면
계약 기간이 2025년 3월 15일 ~ 2027년 3월 14일이라면
• 임대인이 갱신거절을 통지할 수 있는 기간 → 2026년 9월 14일 ~ 2027년 1월 14일
•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 → 같은 기간
• 임차인이 “안 살겠다”고 통지할 기한 → 2027년 1월 14일까지
이 기간에 양쪽 다 아무 말이 없으면 2027년 3월 15일부터 2029년 3월 14일까지 같은 조건으로 연장된 것으로 본다.
경계일은 여유를 두는 것이 안전하다.
“몇 개월 전”의 기산 방법은 사안에 따라 다툼이 생길 수 있고, 갱신요구나 갱신거절은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라 상대방에게 도달해야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111조 제1항). 마지막 날에 맞춰 보내면 도달이 하루 늦어 기간을 넘길 수 있다. 문자·내용증명처럼 보낸 날과 받은 날이 남는 방법으로, 기한보다 며칠 앞서 보내는 편이 낫다.
묵시적 갱신 뒤에는 임차인만 나갈 수 있다
제6조의2는 이렇게 정한다.
제1항 — 제6조 제1항에 따라 계약이 갱신된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
제2항 — 그 해지는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
조문에 적힌 것은 임차인의 해지권뿐이다. 임대인에게는 이 해지권이 없다. 묵시적으로 갱신됐는데 집주인이 갑자기 나가라고 하는 것은 이 조항으로는 되지 않는다.
3개월은 “통지한 날”이 아니라 “받은 날”부터다
2027년 5월 20일에 해지를 통지해 그날 임대인이 받았다면 → 효력 발생 2027년 8월 20일.
그날까지는 차임을 내야 하고, 보증금 반환도 그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2개월 전”은 2020년 12월 10일부터다.
통지 기한을 “1개월 전”에서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로 바꾼 개정(법률 제17363호, 2020년 6월 9일 개정)은 2020년 12월 10일 시행됐고, 그 이후 체결되거나 갱신된 임대차부터 적용된다. 그 전 계약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1개월 전 기준이다.
계약갱신요구권 — 말해야 생긴다
제6조의3 제1항은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은 제6조 제1항 전단의 기간, 즉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다.
제2항 — 갱신요구권은 1회에 한하여 행사할 수 있고, 갱신되는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으로 본다
제3항 — 갱신되는 임대차는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본다. 다만 차임과 보증금은 제7조의 범위에서 증감할 수 있다
제4항 — 갱신되는 임대차의 해지에는 제6조의2를 준용한다
제4항이 실무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 갱신요구권으로 2년을 늘려 놓아도 임차인은 언제든 나갈 수 있고 3개월 뒤 효력이 생긴다. 2년을 묶이는 쪽은 임대인이다.
올릴 수 있는 한도 — 20분의 1
제7조가 정하는 범위는 두 겹이다.
제1항 — 증액청구는 임대차계약 또는 약정한 차임 등의 증액이 있은 후 1년 이내에는 하지 못한다
제2항 — 증액청구는 약정한 차임이나 보증금의 20분의 1(5%)을 초과하지 못한다. 다만 특별시·광역시·도는 관할 구역 내 임대차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그 범위에서 조례로 달리 정할 수 있다
지금 조건
보증금 상한 인상액
월세 상한 인상액
전세 3억원
1,500만원
—
보증금 1억원 / 월세 50만원
500만원
2만 5,000원
보증금 5,000만원 / 월세 80만원
250만원
4만원
보증금과 월세 각각에 20분의 1을 곱한 값이다. 보증금을 올리면서 월세도 같이 올리는 등 구성을 바꾸는 경우에는 단순 비교가 어려워질 수 있다.
5%는 상한이지 기준선이 아니다.
제7조는 “초과하지 못한다”고 정할 뿐 그만큼 올려야 한다는 규정이 아니다. 올리지 않기로 합의할 수도 있다. 조례로 더 낮게 정한 지역이 있는지는 해당 시·도에서 확인한다.
묵시적 갱신은 갱신요구권을 쓴 것이 아니다
이 글에서 가장 값이 나가는 한 줄이다. 국토교통부는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경우에는 갱신요구권 행사로 보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갱신요구권 행사는 그 권리를 행사한다는 명확한 의사표시가 있을 때 인정되기 때문이다(국토교통부·법무부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집」, 2020년 9월 1일).
최초 2년 → 묵시적 갱신 2년 → 갱신요구권 2년
2025년 3월 입주, 2027년 3월 만료. 아무 말 없이 넘어가 2029년 3월까지 연장.
2028년 9월 ~ 2029년 1월 사이에 갱신요구권을 행사하면 2031년 3월까지.
묵시적 갱신에는 횟수 제한이 없으므로 그 사이에 조용히 넘어간 해가 더 있었다면 그만큼 더 길어진다. “최대 4년”은 갱신요구권을 한 번 쓴 경우의 이야기이지,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의 상한이 아니다.
남아 있다고 해서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묵시적 갱신으로 연장된 기간에도 갱신요구권은 그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행사해야 한다. 이미 집주인이 기한 안에 갱신거절을 통지한 뒤라면, 그 통지가 갱신요구권을 없애지는 않지만 — 요구를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가 다음 쟁점이 된다.
임대인이 거절할 수 있는 9가지
제6조의3 제1항 단서의 각 호다. 이 아홉 가지에 해당하지 않으면 거절하지 못한다.
사유
1호
임차인이 2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2호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3호
서로 합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4호
임대인의 동의 없이 목적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전대한 경우
5호
임차한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6호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멸실되어 임대차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7호
철거 또는 재건축을 위해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 — 가. 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소요기간을 포함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 나. 노후·훼손·일부 멸실 등으로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경우, 다. 다른 법령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우
8호
임대인(직계존속·직계비속 포함)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9호
그 밖에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1호는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다. 지금 밀려 있지 않더라도 과거에 2기분에 이르도록 밀린 적이 있으면 해당한다. 7호 가목은 계약 체결 당시에 고지했을 것을 요구하므로, 계약 뒤에 생긴 재건축 계획을 들어 거절하려면 나목이나 다목에 해당해야 한다.
“실거주”라고 말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사유가 8호다. 대법원은 2023년 12월 7일 선고 2022다279795 판결에서,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고 판시했다. 임차인이 “거짓말이다”를 증명해야 하는 구조가 아니다.
같은 판결은 실제 거주 의사가 진정한지를 판단할 때 임대인의 주거 상황, 임대인이나 그 가족의 직장·학교 등 생활 환경, 거절 전후의 사정, 실거주 의사와 배치되거나 모순되는 언동의 유무, 그로 인해 임차인의 정당한 신뢰가 훼손될 여지가 있는지, 기존 주거지에서 이사하기 위한 준비의 유무와 내용 등을 종합해 보아야 한다고 했다.
거절해 놓고 남에게 세를 놓으면
제6조의3 제5항은, 8호 사유로 갱신을 거절했음에도 갱신되었을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한 경우 임대인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정한다. 배상액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합의가 없으면 제6항의 세 가지 중 큰 금액이다.
산정 방법
1호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의 3개월분
2호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해 얻은 환산월차임과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의 차액의 2년분
3호
그 갱신거절로 임차인이 실제로 입은 손해액
월세 80만원짜리 계약이었다면
1호 → 80만원 × 3 = 240만원
2호 → 집주인이 100만원에 새로 세를 놓았다면 (100만원 − 80만원) × 24 = 480만원
3호 → 이사비·중개보수 등 실제 손해를 증명한 금액
이 중 가장 큰 금액이 배상액이다. 위 예에서는 3호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480만원이 된다.
보증금만 있는 전세라면 계산이 한 단계 더 붙는다.
제6항이 쓰는 “환산월차임”은 차임 외에 보증금이 있는 경우 그 보증금을 제7조의2 각 호 중 낮은 비율로 월 단위 차임으로 전환한 금액을 포함한 것이다. 제7조의2의 두 비율 중 하나는 한국은행 공시 기준금리에 연동되므로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실제 금액을 따질 때는 그 시점의 시행령과 기준금리를 확인해야 한다.
갱신했으면 신고도 같이 본다
갱신 계약은 전월세 신고 대상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 기준은 금액이 바뀌었는지다. 보증금과 차임이 그대로면 신고하지 않아도 되고, 갱신요구권을 쓰면서 5% 범위에서 올렸다면 신고 대상이다. 자세한 기준과 기한은 전월세 신고제 정리에 있다.
보증금을 올려 갱신했다면 올린 부분에 대한 확정일자를 따로 받아야 그 금액까지 우선변제를 받는다. 이건 갱신의 종류와 상관없이 해당한다. 전세 보증금 지키는 법에 대항력·우선변제권과 함께 정리해 뒀다.
정리
묵시적 갱신은 아무도 기한 안에 말하지 않으면 저절로 생긴다. 조건 그대로, 2년, 횟수 제한 없음
계약갱신요구권은 말해야 생긴다. 1회, 2년, 차임은 20분의 1 범위
기한은 임대인 6개월 전~2개월 전, 임차인 2개월 전까지. 갱신요구도 6개월 전~2개월 전
묵시적 갱신은 갱신요구권을 쓴 것이 아니다. 1회는 그대로 남는다
갱신된 계약은 임차인만 언제든 해지할 수 있고, 임대인이 받은 날부터 3개월 뒤 효력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