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공모가가 두 숫자인 이유 — 서로 다른 두 가격이 아닙니다

하나의 평가가액에 할인율 범위를 씌운 값입니다. 신고서를 역산하면 그 하나가 나옵니다.

2026년 9월 18일 ·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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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목록을 보면 공모가가 “10,700~12,300원”처럼 두 숫자로 적혀 있습니다. 희망 공모가, 흔히 밴드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걸 보면 대개 이렇게 읽습니다. “최소 10,700원, 최대 12,300원이구나. 그 사이 어디쯤에서 정해지겠지.”

둘 다 사실과 다릅니다. 두 숫자는 서로 다른 두 가격이 아니고, 확정가는 그 사이 가운데에 앉지도 않습니다. 증권신고서 원문을 열어 확인했습니다.

두 숫자는 하나에서 나온다

증권신고서에는 「IV. 인수인의 의견(분석기관의 평가의견)」이라는 장이 있습니다. 여기에 공모가를 어떻게 뽑았는지가 적혀 있고, 항목 이름이 이렇습니다.

순서를 보면 방식이 드러납니다. 비슷한 상장사들을 고르고, 그 회사들의 PER로 주당 평가가액을 한 숫자로 냅니다. 그 다음이 핵심입니다. 그 값을 그대로 쓰지 않고 깎습니다.

실제 신고서 한 건의 「공모가 산정 요약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주당 평가가액에 대한 할인율 24.50% ~ 13.21%
공모가 산정 결과 10,700원 ~ 12,300원

할인율이 범위로 적혀 있습니다. 그렇다면 원래 평가가액은 하나여야 합니다. 역산해 보면 확인됩니다.

10,700 ÷ (1 − 0.2450) = 14,172원
12,300 ÷ (1 − 0.1321) = 14,172원
두 숫자가 같은 값을 가리킵니다. 즉 밴드는 “최소 가격과 최대 가격”이 아니라, 평가가액 14,172원 하나에 「24.5% 깎을 때」와 「13.21% 깎을 때」를 각각 적용한 값입니다. 많이 깎은 쪽이 아래, 적게 깎은 쪽이 위입니다.

그래서 밴드의 폭은 회사 가치에 대한 의견 차이가 아니라, 얼마나 깎을지에 대한 폭입니다. 밴드가 넓다면 평가가 갈린 게 아니라 할인 폭을 넓게 잡은 것입니다.

한 숫자가 되는 시점 — 수요예측 뒤

같은 신고서에 확정 시점이 한 문장으로 적혀 있습니다.

“수요예측 이후 발행회사와 협의하여 최종 공모가액을 확정할 예정입니다.”

정리하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1. 주관사가 비교 대상 회사들과 견주어 주당 평가가액을 산출
  2. 거기에 할인율 범위를 적용 → 희망 공모가 밴드
  3. 그 밴드로 기관 수요예측
  4. 결과를 보고 발행회사와 협의해 한 숫자로 확정
  5. 정정신고서로 다시 제출

그래서 목록에서 “희망”이라고 적힌 건은 아직 4단계를 지나지 않은 것입니다. 앱에서도 확정 전에는 밴드 옆에 “수요예측 전”이라고 붙습니다.

확정가는 범위의 어디에 앉나 — 가운데는 없었다

여기서 두 번째 통념이 깨집니다. 2026년 9월 17일 기준, 확정 공모가와 희망 범위를 함께 확인할 수 있는 17건을 모아 어디서 확정됐는지 세어 봤습니다.

확정된 자리건수
범위 상단12건밴드의 위 끝 그대로
범위 하단2건밴드의 아래 끝 그대로
범위 아래3건밴드보다도 낮게
범위 가운데0건한 건도 없음

17건 중 가운데에서 확정된 건이 한 건도 없습니다. 위 끝이거나, 아래 끝이거나, 아예 범위 밖입니다.

생각해 보면 자연스럽습니다. 밴드가 “얼마나 깎을지”의 폭이라면, 수요예측 결과는 결국 덜 깎아도 되는지 더 깎아야 하는지를 답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답은 양 끝 중 하나로 수렴합니다.

회사 이름은 일부러 적지 않았습니다. 이 글이 말하는 것은 개별 종목이 아니라 확정가가 앉는 자리의 분포입니다. 어느 공모가 상단이었는지를 나열하면 그 자체가 평가처럼 읽히는데, 이 글은 그 판단을 하지 않습니다. 원문은 누구나 DART에서 회사명으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범위 아래로 내려간 3건

밴드 아래에서 확정된 3건은 이렇게 움직였습니다.

희망 범위확정 공모가밴드 하단 대비
13,000 ~ 16,000원10,000원-23%
13,800 ~ 15,800원10,000원-28%
13,000 ~ 15,000원10,000원-23%

세 건 모두 정확히 10,000원에서 멈춘 것이 눈에 띕니다. 밴드는 서로 달랐는데 도착점은 같았습니다. 다만 왜 그 숫자인지는 신고서에 적혀 있지 않아, 여기서는 관찰까지만 적습니다.

확정가가 밴드 아래로 내려가면 정정신고서를 다시 제출합니다. 밴드는 신고서에 적힌 값이라, 그 밖에서 확정하려면 문서를 고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스팩은 이 과정이 없다

같은 목록의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은 공모가가 전부 2,000원이고 액면가는 100원이었습니다. 밴드도 없습니다.

당연합니다. 스팩은 인수할 회사를 아직 정하지 않은 채로 상장합니다. 비교 대상 회사를 고르고 PER로 평가할 사업 자체가 없으니, 할인율을 매길 대상도 없습니다.

정리하면

  1. 희망 공모가 두 숫자는 하나의 주당 평가가액에서 나옵니다
  2. 차이를 만드는 것은 가치 평가가 아니라 할인율 범위입니다
  3. 확정은 수요예측 뒤 발행회사와 협의로, 정정신고서에 실립니다
  4. 확정가는 양 끝 중 하나로 갑니다 — 17건 중 가운데는 0건
  5. 밴드 밖으로도 갈 수 있습니다 — 3건이 범위 아래였습니다
  6. 스팩은 이 과정이 없습니다
이 글은 증권신고서에 적힌 절차와 숫자를 옮깁니다. 어떤 공모주가 받을 만한지, 공모가가 싼지 비싼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상단에서 확정됐다는 것이 좋은 신호라거나, 밴드 아래로 갔다는 것이 나쁜 신호라는 해석도 하지 않습니다. 수요예측 결과는 공개되지 않아 확인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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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희망 공모가는 왜 두 숫자로 적히나요?
서로 다른 두 가격이 아닙니다. 주관사가 비교 대상 회사들과 견주어 주당 평가가액을 한 숫자로 산출한 뒤, 거기에 할인율 범위를 적용해 만든 값입니다. 많이 깎은 쪽이 아래, 적게 깎은 쪽이 위입니다.

공모가는 누가 최종 결정하나요?
신고서에는 기관 수요예측 이후 발행회사와 대표주관회사가 협의해 확정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확정되면 정정신고서로 다시 제출되고, 그때 공모가가 한 숫자로 바뀝니다.

확정 공모가는 희망 범위 안에서 정해지나요?
반드시 그렇지 않습니다. 2026년 9월 17일 기준 17건에서 상단 12건, 하단 2건, 범위 아래 3건이었고 가운데는 0건이었습니다.

스팩의 공모가도 같은 방식인가요?
아닙니다. 인수할 회사를 정하지 않은 채 상장하므로 평가할 사업이 없습니다. 같은 기준일 목록의 스팩은 전부 2,000원, 액면가 100원이었습니다.

출처

공모 일정과 공모가는 정정신고서로 바뀔 수 있습니다. 최종 확인은 DART 원문에서 하세요.